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소중한 출가의 인연 - 사집반 영현

최고관리자 | 2016.04.29 15:25 | 조회 2369

소중한 출가의 인연

 

사집반 영현

 

人誰不欲歸山修道리요마는 而爲不進愛欲所纏이니라

然而不歸山藪修心이나 隨自身力하야 不捨善行이어다

인수불욕귀산수도리요마는 이위부진은 애욕소전이니라

연이불귀산수수심이나 수자신력하야 불사선행이어다 나~ ~ 아미타불

 

사람이 누군들 산에 들어가 도를 닦고자 아니하겠냐마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애욕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 마음을 닦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역량에 따라 선행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힘들 때마다 항상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계급과 시대를 뛰어넘어 민중을 계몽한 진정한 자유인 새벽스님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의 한귀절로 시작하여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차례법문을 하게된 사집반 영현입니다.

 

제가 지금 여기에 있음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인가를 생각하며 소중한 출가의 인연이란 제목으로 법문을 준비하였습니다.

 

유마경 제자품과 초기경전에 나와있는 출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출가의 길은 모든 마군을 항복시키고 미혹의 세계를 초월하며, 지혜의 눈을 밝게 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추어 그 힘을 얻습니다. 마군을 멀리하고 이교도를 설복하며, 거짓된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욕망의 늪에서 나와 묶이지 않고, 나에 집착하지 않으며, 인연의 영향을 받지 않고, 마음은 혼란하지 않으며, 안으로는 기쁘고, 중생의 뜻을 지키며, 선정을 따라 온갖 과오를 떠나는 것이 참다운 출가입니다.

 

이 말씀은 유마경 제자품에 나오는 장자의 아들에게 전한 출가공덕에 대한 내용입니다....

 

숫타니파타 경집에도

눈떠 있는 사람은 어찌하여 출가했는지, 그는 무엇을 사고하여 아픔 끝에서 출가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의 떠남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하리라.

 

마을에서 사는 생활은 비좁고 번거로우며 티끌이 쌓인다. 그러나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뜨락은 넓은 들판이며 맑고 깨끗하며 번거로움이 없다고 생각하여 출가한 것이다.

 

출가한 다음에는 몸으로 저지르는 나쁜 행위를 멈추었다. 말로써 저지르는 온갖 악행을 멀리 버리고 생각으로 짓는 숱한 이기심과 증애심의 그림자를 버리고 아주 깨끗한 생활을 하였다.

 

모든 욕망에는 걱정 근심이 있고 출가는 안온함을 알아 힘써 정진한다. 내 마음은 이것을 즐기고 있다.

 

참된 출가란 세상의 유희나 오락이 쾌락에 물들지 아니하고 그런 유혹에 대하여 무관심한 것이다.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며 진리의 생물을 목마른 자에게 넘쳐흐르게 하며 홀로 가는 것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중생들의 세간 속에 더불어 있으면서도 탐욕에 물들지 않으며 홀로 가는 것이 참된 출가인 것이다.

라고 나와 있음을 볼수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이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알게 모르게 배워나가는 부처님 말씀과 같이 하루하루 반성의 여지를 남기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또한 출가는 세속이 싫어서 도망치는 가출이 아니고 중생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들을 영원히 보호하고자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세속을 떠나는 거룩한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 출가를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身出家心不出家(신출가심불출가)로 몸은 출가하였으나 마음은 출가하지 못한 것이고,

두 번째는 心出家身不出家(심출가신불출가)로 마음은 출가하였으나 몸이 아직 출가하지 못한 것이며,

세 번째는 身心俱出家(신심구출가)로 몸과 마음이 동시에 출가하는 것을 말하며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세 번째이고 가장 위험한 것은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는 어디에, 어느 쯤에 서 있을까요?

 

예전 처음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 되어 사리암에 34일 기도를 하고 내려오면서 포행중이시던 운문사의 한 스님을 만났습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는 스님께서 저의 얼굴만 보시고는 출가해야 되겠다고, 같이 온 언니보살에게도 저를 출가를 시켰으면 하셨답니다. 처음 뵈었는데,,,

그때 전... 딴 생각에 잡혀있어 그 말씀이 귀에 들어오질 않았지요.

그래도 그때 심어준 그 스님의 말씀이 제 마음에 심어져 오랜 시간 끝에 싹을 틔웠는지, 제가 뒤늦게 출가를 결심하면서 식구들은 다 반갑게 응원해 주었습니다.

 

사랑으로 한없이 베풀어주기만 하신 부모님의 한결같은 마음이 마치 당연시되었던 현실에서 부처님 말씀 속에서 점점 철들어가며... 자신은 과연 얼마나 무주상보시를 할 수 있을지 부끄러워졌고...

오고가며 만났던 길고, 짧은 만남의 인연들까지도 저에겐 좋은 인연이든 나쁜 인연이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음을 부처님 도량에서 느끼며, 참회를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준비없이 맞닥뜨려지는 예상 밖의 불행 또한 내가 있으므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 가르침에 감사하며, 순간순간 올라오는 한 생각에 놓쳐서 헤매고 또 후회하고 괴로워하지만 또 다시 지금현재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며 노력하려 합니다.

 

돌아 돌아 조금은 늦게 시작되었지만... 제가 출가할 때의 첫 마음과 출가의 참된 뜻을 다시금 생각해보며, 시작과 끝이 없는 이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길 발원합니다.

 

요즘은 치문반 스님들과 청풍료에서 바쁜 살림을 살고 있습니다...

이맘때쯤... 저희에게도 마음을 다해 애써주셨던 선배스님들이 계셨기에 지금 현재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지 않았나...하며 가슴깊이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대중생활이 익숙하지 않아서 마음만 바빠서 실수도 많았던... 그 시간이 이젠 생각 속에서 맴돌지만.. 치문반 스님들을 보며 또 한 번 자신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같이 공부하게 되어 반갑고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조금 있으면 한가득 도량을 매워줄 아름드리 매화와 목련이 저희들의 마음에 한가득 응원을 하듯 설레게 합니다.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상(靑孀)스럽지 않으며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격조 있는 꽃이 바로 매화꽃이라고 합니다.

고결한 마음, 인내 의 상징 매화꽃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시기에 가장 화사한 모습을 보이며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고귀함을 상징하는 목련꽃이 수행자들의 모습에 견주듯 운문사 도량을 한가득 장엄합니다.

 

저 또한 분발하여 더욱 더 정진할 것을 자신에게 약속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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