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능엄주와의 인연 - 사교반 청원

최고관리자 | 2016.11.14 14:40 | 조회 3767

능엄주와의 인연

사교반 청원

대중스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능엄주와의 인연이라는 주제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청원입니다.

대중스님들께서도 꾸준히 하는 자신만의 수행법이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능엄주와 절이 그렇습니다.

출가 전 우연히 알게 된 한 신심 깊은 보살님의 권유로 능엄주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구절구절 낯설어 한 번 읽는데 삼십분이나 걸리는 능엄주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한 자 한 자 읽어나갈 뿐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낯선 문자가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 맴돌며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출가한 절 역시 능엄주와 절로 하루를 시작하는 곳입니다. 고단함의 연속이었던 행자시절! 새벽예불 능엄주를 독송할 때가 되면 어찌나 졸음이 몰려오던지 눈을 부릅뜨고 참으려 해도 쏟아지는 졸음을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시간이 흘러 행자수계교육을 앞두고 오랜만에 산문 밖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차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하고 부딪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뒤에서 오던 차가 우리차를 박아 추돌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앞뒤로 찌그러진 차는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차에 타고 있던 저와 세 분의 스님들은 모두 다친 곳 없이 멀쩡했습니다. 그때 이런 것이 불보살님의 가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져 온 능엄주와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저의 일과 중의 하나로 지켜지고 있으니 소중한 인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능엄주는 능엄경 楞嚴經7권에 수록되어 있는 다라니입니다. 능엄경은 아난존자가 걸식하는 과정에서 마등가의 유혹에 넘어가 파계의 위험에 처하게 된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 광경을 신통력으로 본 부처님께서 아난존자를 위험에서 구출한 후, 아난존자에게 마음을 닦는 수행법에 대해 자세히 설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능엄경 제 7권에서는 어떻게 수행하여 도를 완성할 수 있는지 말하고 있는데 그 하나로 능엄주를 지송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능엄주라는 강한 다라니의 힘으로 숙세의 죄업을 마치 먼지 날려 버리듯이 없애버린다'는 것입니다.

 

중국 선종에서도 이 주문은 널리 지송되어 당나라 때의 백장(百丈)백장청규 百丈淸規에서 이 주문을 외울 것을 권하였습니다. 오가칠종 중의 하나인 법안종의 현사사비 선사는 능엄경과 능엄신주를 수지하였고, 점차 쇠락해가던 중국 근대사에서 선풍을 지켜온 허운선사는 능엄경을 중시하였고, 뒤를 이은 선화상인은 능엄신주 법문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시대에 백장청규능엄경이 전래됨에 따라, 이 주문을 널리 외웠다고 합니다. 이 주문은 깨달음의 경지인 무생법인을 얻게 하는 것이라 하여, 조선시대의 선승(禪僧)들도 꼭 1편씩 지송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성철스님께서는 참선 수행을 통해 무너져 내리는 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1947년 봉암사 결사를 거행하셨습니다. 결사 대중들의 분심을 자극해 오로지 참선에만 매진토록 하기위해 쩌렁쩌렁 고함을 치기도 하고 뺨을 후려치기도 하는 등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정진을 하셨는데, 대중들이 함께 머무르며 지켜야 할 중요한 일과로 능엄주 지송을 제시하였습니다.

 

금생에 이 몸을 제도할 수 있는 최상승 수행법중의 하나가 바로 선문일송 가운데 있는 '대불정능엄신주'의 독송이라고 합니다. 만약 중생들의 죄업에 형태나 모양이 있다면 한 사람이 지은 죄업은 이 허공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철통같이 검은 업장으로 부처가 되고자 참선수행을 하는 것은 마치 모기가 침으로 무쇠 철판을 뚫고자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을 하는 우리들은 세세생생 살아오며 지은 업장을 참회해야지만 바른 수행의 길에 힘차게 매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승가에서는 예배, 염불, 주력, 간경, 절 등 많은 방편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슨 방편으로 수행하든지 바른 믿음간절함이 있다면 반드시 감응이 있을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께서는 자기 수행에 있어서 어떤 방편을 일과로 삼고 계신지요?

첫 발심한 그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반복해가다 보면 쌓인 힘이 조금씩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각자 꾸준히 수행해가며 자기 정진의 힘에 불보살님의 가피를 더하여 21C 불교를 이끌어가는 당찬 수행자로 거듭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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