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 苦, 그리고 心
이재/사집과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승가와 선지식 스승께 귀의합니다.
거룩하고 위대하신 부처님 가르침따라 세세생생 대자비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겠습니다.
옴 아 홈
안녕하십니까?
저는 病, 苦, 그리고 心 이라는 제목으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집반 이재입니다.
사바세계는 고통의 바다이고 수행의 목적은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데 있습니다.
중생의 괴로움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 즉, 생로병사에서 비롯됩니다.
이 생로병사의 괴로움은 왜 일어나고,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고타마 싯타르타는 모든 것을 버리고 왕궁을 나왔습니다. 어느 날 나쿨라 라는 장자가 부처님께 자신은 늙고 병들고 근심과 괴로움이 많다며 가르침을 청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몸에 의지하면 잠시 동안만 즐거움이 있을 뿐 몸에는 병이 있더라도 마음에는 병이 없게 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도 한 시련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바로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정상세포들이 터져 분출되어 열이 나고 두통, 어지러움, 무기력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한 보살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보살님은 연세가 많고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인데도 가정형편이 힘들어서 고된 병원 일을 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스님들께서는 몸에 병이 생기면 부처님께서 다 낫게 해주시고 또 지켜주시지 않습니까? 저는 너무 늦게 불교를 믿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이 세상 누구보다 출가한 스님들을 보면 제일 부럽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이 날 이후 새벽시간만 되면 병원 내 법당에 가서 부처님만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알 수 없는 눈물이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흘러나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고통은 왜 나에게 찾아왔을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보면서도 온 몸에 힘이 빠지고 정신은 혼미하여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운문사로 돌아와서도 많이 아프던 저를 위해 도반들은 많은 배려와 도움을 주었습니다. 공양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챙겨주고 따뜻한 물, 이부자리, 심지어 저의 소임까지도 모두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우리 도반들이 아팠을 때 어떻게 했던가? 진정 도반의 아픔을 알았을까? 그리고 지금 이렇게 아픈 나를 위해 애써주는 것처럼 나 또한 그렇게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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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維摩經)>중 제5장 문수보살의 병문안에서 문수보살이 유마거사를 찾아가서 묻습니다.
“고매하신 분이시여, 몸이 아프시다니 좀 견딜 만 하십니까? 세존께서도 혹시 고통이 크지는 않은지, 예사로운 병인지, 아니면 심각한 병인지, 여간 궁금해 하지 않으십니다. 그대가 아픈 원인은 무엇이며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습니까? 그 상태는 어떠하며 언제쯤이면 병이 낫겠습니까?”
유마가 답합니다.
“이 세상에 어리석음이 남아 있는 한 그리고 존재에 대한 집착이 남아 있는 한 제 아픔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모든 중생들에게 아픔이 남아 있는 한 제 아픔 역시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혹시 모든 사람들이 병고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때 비로소 제 병도 씻은 듯이 낫겠지요.”
중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던 유마거사를 생각하면 자신만의 아픔과 고통에 몸부림칠 줄 만 알았지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아픔을 진정 알았던 것인지, 알려 고는 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고개가 숙여집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생노병사를 벗어나기 위해 출가하지 않았던가? 모든 것은 苦에서 시작되는데 몸이 아프니 마음조차 병든 것으로 알아 깊이 통찰하지 못하고 이 몸은 무상하다는 것도 잊고 나는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가?’
문수보살이 묻습니다. “병에 걸린 보살은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살펴야 하겠습니까?”
유마거사가 대답합니다. “사실 병이란 과거 이래 실재와는 거리가 먼 뒤바뀐 업의 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헛된 분별로 인한 번뇌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최고의 진리에 비추어보면 병에 의해 고통 받는 존재가 실재로 있지 않습니다. 유마거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기므로, 영원·불변한 `나'는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분율> 제41권에는 병자를 위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부처님께서 병들어 누워있는 한 비구를 발견하고 그 비구에게 “왜 돌보는 사람도 없이 먹지도 못하고 오물 가운데 누워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그 비구는 “제가 건강할 때 남의 병을 간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부처님은 “너희들 비구끼리 간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살피겠느냐”며 병든 비구를 일으켜 몸을 씻기고 옷을 빨아 말려 병자가 좋은 조건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간병자의 마음 자세에 대해서 이렇게 일러주셨습니다. 첫째 병자가 먹을 만한 것만 주며, 둘째 병자의 대소변을 더럽게 여기지 않으며, 셋째 인자한 마음으로 간호하며, 넷째 낫거나 죽기까지 능히 약을 준비하며, 다섯째 기쁘게 하고 자신도 착한 법을 더하라.
이러한 일화들로부터 저 또한 이 병이 진짜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건강했을 때 아픈도반을 간호했었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제법무아’를 역설한 유마거사와 병든 자를 간호하시던 부처님을 보면서 숙연해 집니다.
-2-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과거 부처님 시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 웨살리 도시에 심한 가뭄으로 큰 흉년이 들고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 갔습니다. 거리에는 시체들로 냄새가 진동하여 많은 잡귀들을 불러 들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존자로 하여금 각 성문을 돌면서 <보배경>을 독송하고 성수를 뿌리도록 하였습니다. 스님들이 <보배경>을 일념으로 독송하자 병에 걸린 사람들이 깨끗이 나았습니다. 병이 사리진 웨살리 마을은 평온을 찾게 되었습니다.
요즘 시대는 전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더 무서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떠돌며 병을 옮기고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 불안, 두려움 등을 불러일으켜 마음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부처님께서는 <보배경>의 위력은 신통이 아닌 당신께서 전생에 지은 공덕의 열매 덕분이며. 우리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재앙, 불행을 물리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 저의 몸은 건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관음전 부전을 살면서 받은 모든 것들을 도반스님들과 여러 대중스님들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는 어른스님들께 회향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보배경> 중 일부분을 낭송하겠습니다.
여기 모인 모든 존재들은 지상이나 하늘이나 어디에 있든지 기쁜 마음으로 정중하게 가르침을 경청하기를.
이 세상과 저 세상의 어떤 재물이든 천상의 뛰어난 보배라도 여래와 견줄 수 없으니 부처님이야말로 훌륭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경구에 말하기를 진리를 본 사람은 몸과 말과 뜻으로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어도 사소한 허물조차 감추지 못하니 승단이야말로 훌륭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과거는 소멸하고 다음 생은 없으니 마음은 다음 생에 집착하지 않고 번뇌의 종자를 파괴하고 그 성장을 원치 않는 현자들은 등불처럼 열반에 드오니 승단이야말로 훌륭한 보배. 이 진실에 의해 행복하기를 ~
성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