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함께 하는삶 -사교반 범행

가람지기 | 2022.04.17 16:21 | 조회 421

안녕하십니까. <함께하는 삶>이라는 주제로 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범행입니다.

 

입학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교반이 되었습니다. 현재 별좌 소임을 살면서 육체적으로는 피곤하더라도 마음만은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특히 경반이 되어 경전을 공부하며 더 큰 환희심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에 교수스님께서는 금강경 수지독송에 대한 공덕과 중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금강경은 공도리를 설하는 경전이므로 반드시 잘 외우고 수지 독송해야 한다, 또한 경을 독송하는 공덕은 비록 한번을 읽더라도 그 가치가 헤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말씀에 심장이 쿵 했습니다

 

금강경을 독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사집반 때부터입니다. 청풍료 생활을 할 때 홀로 앉아서 기도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여름철 관음전 소임을 살 당시 백일간 관세음보살보문품을 독송했습니다. 관음전 소임을 회향할 때 쯤 문득 금강경을 독송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에 적어도 한독, 많을 때는 3독씩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의 금강경독경은 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지탱해주고 붙잡아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사교반에 올라오면서 별좌소임을 자원하여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울력을 하던 도중 어느 상반스님이 별좌소임은 사교반에 있을 때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살아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 조언에 힘을 얻어, 별좌 소임을 살겠다고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매일 금강경 독송의 위신력을 빌어 소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임을 살면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세상의 모든 일이 저의 혼자만의 힘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모두의 도움과 모두의 따스함을 의지하여 수행하고 무사히 공양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임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게 될 시간들 역시 혼자서가 아닌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것이리라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나라는 것이 공하기 때문에, 이처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금강경 26분 법신비상분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만약 육신으로써 나를 보려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찾으려면 이 사람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다. 결코 여래는 볼 수 없으리라는 의미입니다 즉, 부처님은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후원에서 매일매일 이 구절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법당에 그 황금색의 모습으로만 계시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혹 늦게 끝나더라도 와서, 과일을 깎고 행주를 접는 등 시급히 점심 공양이 갖춰질 수 있게 도와주던 도반스님들의 모습에서 저는 부처님의 행을 봅니다.

스님들이 공양을 맛있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보살님들의 모습에서는 부처님의 마음을 보게 됩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행자님의 얼굴에서 부처님의 미소를 만납니다.

또한 며칠 전 식차마나니 수계를 받으러 가던 날, 새벽 도시락을 저희가 싸겠다고 했을 때 아니라며 기꺼이 도시락을 싸주신 재무스님과 원주스님의 모습에서 부처님의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나아가, 어른스님들을 뵐 때 마다 마음 깊은 기도와 발원을 아낌없이 늘 학인들을 위해 해주심을 느낍니다. 저의 하루가 금강경 기도로 지탱이 되듯 우리 모두가 이 도량 안에서 이처럼 행복하게 경전을 배우고 공부하고, 한 끼 소중한 공양을 올릴 수 있는 이 모든 생활이 어른스님들의 기도 덕분이라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모든 대중들의 모습에서 나투시는 부처님의 모습을 보면서 금강경의 공도리를 조금씩 알아가는 지금의 이 소중한 시간들은 금강경을 꾸준히 독송해온 그 시간들이 쌓여 가능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강경의 가르침을 통해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로 보려 노력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운데에 제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 안에서 공을 보고 부처님을 보고 제 마음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소임은 저의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걸 살면 살수록 느껴집니다. 오늘도 이 자리에 모든 분들과 함께 이뤄가고 있는 것입니다.

 

청풍료에서 생활하는 후배 스님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청풍료에서 생활하던 당시 힘이 되어주었던 자투리시간, 이 크고 넓은 청풍료에 아무도 없이 텅 빈 시간이든, 함께 있는 시간이든, 홀로 공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한마음으로 오롯이 부처님의 경전이든 기도든 염불이든 어느 하나에 전념하는 시간을 가지길 발원합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과 홀로 마주하는 시간이지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금당에 있을 것입니다.

 

운문사 승가대학에 이렇게 상중하좌가 함께 모여 수행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금강경 32분 구절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을 함께 사유하며 나무아미타불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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