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소박한 기도 -사교반 지명

가람지기 | 2022.04.17 16:23 | 조회 482

알에서 막 깨어나 산문에 들어선지 만3.....세 살짜리 아이와 같은 저에게 이 귀한 자리를 마련해 주신 운문사 회주스님을 비롯한 어른스님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오늘 차례법문을 맡은 사교반 지명입니다.

 

출가 전 광주 무각사에서 3년간 새벽기도를 하며, 신행생활을 하면서 진발심을 하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따르릉! 따르릉! 새벽3시가 되면 알람시계는 어김없이 울리고 30분만 더 아니 105분만 더 자고 싶은 마음 고민할 틈도 없이 이불에 돌돌 말려있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밤사이 누군가 와서 풀 발라 놓은 듯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강제로 떼어내고 30분을 걸어서 매일 절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던 도량석 목탁소리, 대종소리, 스님들과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던 웅장한 음성의 지심귀명례는 제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면 개인기도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오직 하심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오로지 절기도에만 집중하던 약7년 전의 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갑니다. 108배로 시작된 기도는 서서히 500,1000, 3000배가 되었고 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루 천배 천일기도를 하며 번뇌, 망상, 분노, 우울함에 빠져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고 탐..치 삼독과 오만.의심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때 괴로워하던 마음에서 알 수 없는 자애심, 연민심, 환희심이 요동치면 저도 모르는 뜨거운 눈물과 함께 법당바닥과 몸이 하나가 되어 펑펑 울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천일기도를 마치고 은사 스님을 만나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출가의 참뜻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이제 나도 출가자가 되었으니 세속의 욕심과 나쁜 습을 제거하고 오로지 정법을 닦아 나아가는 데에만 신경를 쓰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허공과 같이 크고 깨끗한 마음으로 한 순간도 놓치지 말자항상 다짐을 합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는 항상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합니다.

저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고 옳지 않은 주장 인줄 알면서 가끔 억지를 부릴 때도 있습니다.

 

맛지마니까야-업에 대한 작은 분석의 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업의 주인은 나, 나는 업의 계승자 업을 만들고 업에 경계 지어지고 업에 의하여 보호 받다, 훌륭하거나 나쁘거나 내가 무슨 업을 짓던 간에 나는 그 업의 상속자다라고 하였습니다.

업은 중생들이 끊임없이 윤회하는데 가장 크게 작용하는 에너지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법구경에서는 전쟁에서 백만의 대군과 싸워 이기는 것보다 하나인 자신을 이기는 것이야말로 전쟁의 승리자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에게 떳떳하고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선한 일을 하게 되면 전생부터 따라 다니던 악업은 깎여지고 다듬어져서 나쁜 업으로부터 승리자가 되고 선업이 쌓이게 되면 선업과 동거동락하며 좋은 도반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장아함경>자등명 법등명의 구절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등불로 삼고 스스로를 의지처로 하여, 남을 의지처로 하지 말 것이며,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의지처로 하여, 남을 의지처로 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바른 믿음으로 심지를 삼고 맑은 생각으로 그릇을 삼아 따듯한 자비심으로 기름을 삼고 온 세상을 두루 밝히는 진리의 등불이 되기를 발원하며 저는 순간순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법을 따라가는 길은 멀고도 가까운 길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조건에 따라 형성된 것은 무상하고 불만족스러운 것이므로 라고 할 것이 없는 진리를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여 진심을 담아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순간에 예경을 올립니다.

수행이란 나고 죽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며 생.사가 없는 도리를 알게 되면 죽음의 고통과 걱정마저 저절로 떨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명예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변함없이 부처님 앞에 세운 서원은 지켜야 된다는 마음은 강합니다. 수행이 부족한 저는 제가 죽기 전 숨이 끊어지는 동안의 고통과 두려움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생에 이 사바세계에 다시 와서 큰 보살이 되기를 발원하며 열심히 기도정진하고 있습니다.

 

상에 집착하는 중생심 때문에 제가 만든 업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줄도 모르고 이 울타리는 내 것이 아니라며 남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상을 깨고 한발 물러서서 보려고 해도 보이진 않지만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모여드는 사람들도 결국은 남이 아닌 또 다른 내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예전에 비하면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어졌고 한결 같이 마음이 부드럽고 편안해 졌습니다.

 

저만의 시간이 주어질 때면 한번 씩 손거울을 꺼내보며 자화자찬을 하곤 합니다. “거칠고 퉁명스러웠던 말투, 무표정 했던 얼굴이 백만불짜리 미소로 바뀌었구나하고 말입니다.

 

저는 현재 작압전 부전의 소임을 맡고 있지만 지난 1년은 병고자로 지내며 도반들과 함께 할 날을 기다렸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반으로 찍힌 우리는 어려운 일이 닥치거나 힘이 들 때면 똘똘 뭉쳐 금강석보다 더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다재다능한 인재들이 모인 우리는 운문사 60기입니다.

너와 내가 없이 우리는 이미 한 몸이 되었습니다.

때때로 바람을 쐬며 논둑길을 걸으며 기분 전환을 할 때 제 마음이 정화가 되었고 바깥 경계를 항상 먼저 탓하던 저의 마음은 내면을 살피기 시작하면서 부정이 긍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를 알아가게 하는 불법은 진리의 길로 이끌어 주는 길잡이가 되었고 좋은 길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누군가가 던진 돌에 제가 맞은 줄 알았으나 그 돌은 남이 던진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던진 돌이 결국 업이 되어 되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수행하다 보면 안과 밖으로 일어나는 경계에 부딪치고 고통의 바다에서 풍랑을 맞아 눈앞에서 부서지는 물결에 방향을 잃고 헤메는 시간들! 그런 고난의 시간들이 신심과 수행력이 되어 마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와 같은 강한 힘을 길러 주는 것이겠지요.

 

물 고기가 눈을 뜨고 잠을 자듯이 항상 깨어 있으려 노력하니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계에도 산란해지지 않았고 그 자리의 본래 청청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마음의 근원으로부터 지혜가 조금씩 조금씩 일어남을 느꼈습니다.

 

누에가 제 몸에서 나온 실로 자신의 몸을 감싸 집을 만들고 그 속에 갇히듯 내가 일으킨 생각에 사로 잡혀 스스로를 구속하던 고정관념으로 살아갑니다. 이제는 온갖 상을 깨드려 버리고 나비가 되어 휠훨 날 듯 자유로운 세상에서 함께하는 인연들과 밝은 등불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의 국민들과, 코로나가 하루속히 소멸되기를 발원하며 <불설약사여래본원경>에 나오는 약사여래진언독송으로 오늘 저의 작은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같이 합장하시고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주세요.

 

나무 바가바제 비살사구로 벽규리 바라바아라사야 다타아다야

 

아라하제 삼먁삼불타야 다냐타 옴 비살서비살서 비살사삼모아제

 

사바하” (3)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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