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약사여래불과 12대원 - 화엄반 자우

가람지기 | 2022.07.03 13:35 | 조회 696

약사여래불과 십이대원에 대해 차례법문을 준비한 대교과 자우입니다.

 

입선 시간에 독송을 통해 알게 된 약사여래 십이대원은, 그 뜻이 매우 깊다고 생각되어,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중스님들께 약사여래불과 약사여래 십이대원의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매일 독송하면서 익혔던 내용을 떠올리며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해주시는 부처님이신 약사여래는 약사유리광여래의 약칭으로, 대의왕불大醫王佛이라고도 합니다. 약사여래는 동방의 유리광琉璃光 세계에 주불主佛로 계시며 왼쪽에는 일광변조日光邊照 보살, 오른쪽에는 월광변조月光邊照 보살이 협시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은 큰 연화대 위에 앉아계신 채로 왼손에는 약병을 들고 계시며, 오른손으로는 두려움을 없애주는 수인手印인 시무외인施無畏印을 맺으시거나, 약함을 들고 계신 모습입니.

 

약사경에는, 문수보살이 여쭙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대답해주시는 가운데 약사여래의 12대원이 등장합니다. 약사여래는 과거세에 약왕보살藥王菩薩로 수행하실 때, 중생들의 슬픔과 고통을 제거하고자 열두 가지 대원을 세우셨습니다.

 

이렇게, 약사여래가 보살이었을 때 수행하며 세워진 십이대원은, ‘내가 내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을 때라는 표현으로 시작됩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의미합니다.

 

이제부터, 약사여래 십이대원의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대원은, ‘광명보조원光明普照願으로, ‘나의 몸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 한량없이 많은 세계를 두루 비추고, 또한 3280종호의 거룩한 모습으로 장엄하되, 모든 중생들 또한 나와 같이 되기를 발원하는원입니다.

 

두 번째는 신여유리대원身如瑠璃大願으로, 몸이 유리같이 투명하고 깨끗하며 위엄과 덕이 넘치고, 해보다 장엄스러운 후광이 항상 빛나며 그 빛으로 모든 곳을 비추어, 어둠 속에 있는 중생들이 그 빛을 보고 정등각正等覺을 이루며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고자 하는 대원입니다.

 

세 번째 대원은, 한량없는 지혜와 방편으로 중생들이 원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성취시켜 주기를 원하는 수용무진대원受用無盡大願입니다.

 

네 번째는, 삿된 도[邪道]를 닦는 이들을 모두 정법正法으로 이끌어 수행하도록 하며, 대승의 길에서 편안히 머물기를 원하는 안립대승원安立大乘願입니다.

 

다섯 번째는 구계청정원具戒淸淨願으로, 청정한 수행을 하는 이들을 모두 삼취정계를 갖추게 하여 혹시라도 계율을 어겨서 악업을 받게 되어도 나의 이름을 듣고 참회하여 일념一念으로 생각하고 부르면 나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대원입니다.

여기서 삼취정계三聚淨戒, 보살의 계법戒法을 의미하며, 섭율의계攝律儀戒, 섭선법계攝善法戒, 섭요익유정계攝饒益有情戒를 말합니다.

 

섭율의계는 모든 계율과 의식을 身口意로 잘 지켜 범하지 않는 것이며, 섭선법계는 모든 선법善法을 실천하는 것[諸惡莫作 衆善奉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섭중생계攝衆生戒라고도 불리는 요익유정계는 모든 중생을 섭수하여 이익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섯 번째는, 제근구족대원諸根具足大願으로, ‘몸이 못났거나, 불구이거나, 추한 모습이거나, 우둔하거나, 맹인이거나, 몹쓸 병에 걸렸거나, 미치는 등의 각종 병고로 시달리는 이들이 나의 이름을 듣고 일념으로 부르면, 모든 병고가 사라지고 몸이 완전하게 갖추어지기를 발원하는원입니다.

 

일곱 째는, 온갖 병에 시달리면서도 머물 곳도 없고, 약도 없고, 돌보아 줄 이도 없어 고통 받는 중생들이 나의 이름을 한 번 듣기만 해도 병고에서 벗어나 안락을 얻으며, 마침내는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게 하고자 하는 제병안락원除病安樂願입니다.

 

여덟 째는, 만약 어떤 여인이 여자이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받으며 여성의 몸을 벗어나고자 하면, 나의 이름을 생각하여 일념으로 부르면 곧 대장부의 몸으로 바뀌어서 성불하기를 원하는 전녀득불원轉女得佛願입니다.

 

아홉 번째는, 천마 외도의 삿된 소견邪見과 삿된 사상邪思에 빠져 있는 유정有情들이 그릇된 소견을 없애고 부처님의 바른 지견知見을 얻게 하여 성불하기를 원하는 안립정견대원安立正見大願입니다.

 

열째 대원은, 옥고를 치루거나 삼재팔난 등으로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중생들이 나의 이름을 부르면, 그 복덕과 위신력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제난해탈원除難解脫願입니다.

 

열한 번째는, 중생들이 굶주림과 목마름에 고통 받을 때, 나의 이름을 오롯한 마음으로 수지하여 부르면, 그들의 육신을 배부르게 한 뒤에 진리의 맛으로 영원한 안락을 얻게 하고자 하는 기근안락대원饑饉安樂大願입니다.

열두 번째는, 중생들이 가난하여 헐벗고 시달릴 때 나의 이름을 일념으로 수지하여 부르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의복과 장엄구를 주어 따뜻하고 풍족하게 해주는 의복엄구대원衣服嚴具大願입니다.

 

이상으로, 약사여래의 십이대원은 모든 중생들이 원하는 바를 모두 얻게 해주려는 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모든 중생들을 위해 약왕보살이 열두 가지 대원을 세우신 것은, 보살의 대비심大悲心에서 기인했습니다. 그 어떤 중생도 남김없이 평등하게 이익을 주려는 약사여래의 마음은, 동체대비同體大悲이자 발고여락拔苦與樂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고 기쁨을 주는 약사여래의 대자대비심大慈大悲心은 모든 존재가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줍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일같이 마주하게 된 약사여래 부처님은, 지금까지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자비롭게 감싸줍니다. 십이대원을 독송하는 우리의 내면에도 매일 조금씩 약사여래의 발원이 자라나지 않을까요.

저는 작년 사교반 겨울부터 몸이 많이 아파, 대중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아프게 된 이후로 입선 시간에 독송하는 약사여래 십이대원은 주변을 다시 보게 했습니다. 아프거나 힘들 때 조용히 다가와 도움을 주거나 미소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반스님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대중스님들, 늘 따뜻하게 격려해주시며 도량을 외호하시는 어른스님들의 모습에서 저는 약사여래 부처님을 보았습니다.

제가 강원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제 주위의 약사여래 부처님들처럼 주변을 살피고 회향하는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원력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오늘도 제가 대중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어른스님들과 대중스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희 반 도반스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약사여래불의 원력으로 모든 질병이 사라지고, 대중스님들의 마음에 약사여래 부처님의 자비심이 깃들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하며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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