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 곧 나
사교반 원녕
무덥고 습했던 여름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오늘 공양은 잘 하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먹음 곧 나’라는 주제로 발표할 사교반 원녕입니다.
『장아함경』 중 「소연경」에서 어떻게 남섬부주에서 인간의 몸을 가지고 인간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원이 나옵니다. 참으로 긴 세월 어느 때, 세상이 무너지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 대부분의 중생들은 광음천에 나게 됩니다. 그들은 법희선열을 음식으로 삼고, 몸에서는 밝은 빛이 나고, 허공을 날아 다녔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 세상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이들은 광음천에서 떨어져 인간계로 오게 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자 땅에서는 우유 같기도 하고 꿀 같기도 한 달콤한 감천이 생겨나고 중생들은 그것을 맛봄으로 탐심이 생겨나며 몸의 빛이 사라지고 이와 동시에 태양과 달이 나타나고 별이 나타납니다. 그들의 먹거리인 감천을 먹을 것으로 삼으면서 몸이 견고하게 되었고 용모는 점점 추하게 되었습니다. 용모에 대한 차별로 인해 감천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시 지미, 지비가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몸은 점점 더 견고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피인 쌀이 생겨나고 이것을 먹기 시작하면서 배설기관이 생기고 여자와 남자의 성의 분별이 생겨났습니다.
먹방의 시대, 면치기, 단짠단짠, 이 세상은 먹거리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만큼 비만인들도 많아졌습니다. 저 또한 행자 때 단 2개월 만에 10Kg이 훌쩍 넘어갔고 지금은 20kg을 넘겨버렸습니다. 그리고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족저근막염, 갑상선 저하증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을 먹지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충격을 받았고 이러한 병 등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탓에 운동은 못 하고 음식을 조절했던 적이 있었지만 몸무게 회귀본능, 즉 요요현상으로 금방 다시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몸이 아팠습니다. 『잡아함』 42권, 「천식경喘息經」에는 부처님 당시 비만으로 고통 받는 파사익 왕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몸이 비대했던 파사익 왕은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지도 못했습니다.
“사람은 마땅히 스스로 조심하여
먹을 때마다 절제해 양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몸으로 인해 받는 고통이 적어지고
편하게 소화를 시켜 수명이 보존되리라.”는 게송을 부처님께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파사익왕은 ‘수닷다’라는 한 젊은이에게 10만 금을 주면서 왕의 식사 때마다 이 게송을 외우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파사익왕은 점점 몸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얼굴은 단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공양 후 후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도반 스님들 몇 명과 여러 스님들이 모여 있어 다가가 보니 원주 스님과 별좌 스님이 원두커피에 크림을 올려 보기에도 너무나 근사한 모닝 커피를 만들어 주시고 계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길은 그곳을 향하였고 그 한 잔을 먹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을 제쳐 두고 “저도 주세요, 저도 한잔 주세요.”말하며 커피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집착했습니다. 향기로, 눈으로, 맛으로, 오감을 총동원한 아침을 깨워주는 정말 꿀맛 같은 모닝 커피였습니다. 뒤늦게 커피를 마시지 못한 도반들이 생각났습니다. 몇 분의 짧은 시간 동안 ‘커피 삼매’에 빠졌던 저를 보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니 어찌 살이 찌지 않겠습니까?
부처님 당시부터 보름 마다 하는 포살에서 바라제목차를 설하는 가운데 백중학법(百衆學法)에 음식의 예절과 절제에 대한 부분을 보면,
국과 밥을 고르게 먹을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입을 벌리고서 밥을 기다리지 말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손을 핥아가면서 밥을 먹지 말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싫어하는 마음으로 곁에 앉아 있는 비구니의 발우를 보면서 음식을 먹지 말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단정한 마음으로 발우를 보면서 음식을 먹을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병이 나지 않았으면 자신을 위하여 음식을 구하지 말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밥을 국에 덮어 놓고서 더 받으려고 하지 말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발우에 남긴 음식을 땅에 버리지 말 것이니, 마땅히 배워 지켜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우리도 편식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며 음식을 남기지 말고 고요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오관게를 하며 공양을 해야 할 것입니다.
베트남 출신의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의 저서 「HOW TO EAT」의 먹기 명상 중에서 마음다함의 수행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걷기, 앉기, 일하기, 먹기. 지금 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 됩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내가 지금 먹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앉아있을 때나 지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오늘 아침에 사과 드셨습니까? 사과를 입에 넣을 때 지금 입 속에 사과 한 조각을 넣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까? 씹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까? 알아차리고 있음이 작은 ‘마음다함’인 줄 알아야 합니다. 음식을 씹는 동안 오늘의 일, 과거의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까? 만약 사과에 마음을 집중했다면 마음다함을 했다는 것입니다. 사과 한 조각엔 아름다운 과수원과 하늘이 있고 바람, 비, 농부의 땀방울, 사과를 따는 사람 등의 수고로움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먹었던 한 조각의 사과에 온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어렵지만, 만들어진 음식 자체도 이 음식을 먹는 이가 소중히 대해주기를 원합니다. 먹힘을 당하는 음식의 입장에서는 억울함도 있지만 한 사람의 수행자의 몸의 일부분인 피와 뼈, 살이 되어 수행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몸을 지탱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님을 느낍니다. 감사히 잘 먹고 수행 정진하여 이 몸을 만들어 준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몰리야 팍구나 경」중 ‘갈애의 멈춤에 대한 더 긴 담론’에서 나라는 존재를 불태우는 4가지 연료 중 가죽이 벗겨진 소처럼 마음챙김이 없다면 진드기 등 작은 생명체들이 피를 빨아 먹고 피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길이 없습니다. 음식은 사랑하는 아이의 살코기처럼 대하고 단지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만 먹어야 합니다.
지금 저는 강원 생활을 통해 승려로서 기본적인 생활들을 익히고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갓 세 살이 되었습니다. 새벽 4시에 눈을 뜨며 시작되는 일상에 조금은 익숙한 듯 하지만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3만 시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지키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행위나 건강하고 정의로운 심신을 갖춘 참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남은 시간들을 후회 없이 채워 나가시기를 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