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와 인드라망
화엄반 현지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현지입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온 세계를 흔들었습니다. 스페인 독감이 세계를 덮친 지 근 100년 만이었습니다. 예측이 불가한 생사의 기로에서 2년을 보내고, 이제 인류는 위드 코로나를 지나 포스트 코로나를 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많은 것이 변화했습니다. 외출이 불가능해지자 원격수업,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가 나타났습니다. 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유튜브 등의 컨텐츠 시장 또한 커졌습니다. 이렇게 변한 ‘언택트’ 생활은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소통의 단절‘입니다. 생존을 위한 물리적 단절은 사람들의 심리적 단절까지 극대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위기 상황에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사람의 비율을 의미하는 사회적 고립도는 34.1%로 전년대비 6.4% 증가했으며 일반적인 사람들에 대해 ‘믿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대인신뢰도는 50.3%로 전년대비 15.9%나 하락했습니다. 이는 통계청에 조사한 이래 역대 최저치로, 수치에서도 보여주듯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우리의 개인화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두 번째, ‘기후위기’입니다. 팬데믹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의료폐기물과 일회용품의 사용은 기후위기를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은 극심한 가뭄으로 유적이 드러나기도 하고, 인도네시아는 수도의 자카르타가 잠기고 있어 올해 초 수도 이전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또한 동해안・밀양의 산불과 수도권 집중호우, 슈퍼태풍 힌남노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운문사 이목소의 계속되는 가뭄 또한 기후위기가 더 이상 우리의 생존과 머나먼 관계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제석천의 세계에는 끝없이 펼쳐진 그물, 인드라망이 있습니다. 이 그물의 사이사이에는 보배구슬이 달려 있어 하나의 구슬이 다른 모든 구슬을 비추고, 그 구슬은 또 다른 모든 구슬에 비춰지고, 그 구슬에 비춰진 영상이 다시 모든 구슬에 비추어집니다.
인드라망의 구슬들은 각각 하나의 구슬이지만, 그물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결코 다른 구슬들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드라망이 보여주는 ‘연기’입니다. 인드라망의 구슬이 홀로 존재할 수 없듯, 이 우주의 그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도, 너도, 이 지구조차도 말입니다. 이 지구가 존재하기에 나와 너가 존재하고, 네가 없으면 나 홀로는 살 수 없는 것이 연기가 말하는 이 세계입니다.
실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해 학자들이 많은 연구와 예측을 하고 있는데, 각자 다른 분야를 연구함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키워드로 ‘연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물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라는 연기의 관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산업화 이후 우리가 만든 모든 질서와 체계를 무너뜨리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내던졌습니다. 힘든 시기를 거쳐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처님의 말씀이 밝은 등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모두가 코로나를 비롯한 모든 병고와 전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연결되기를 발원하며 차례법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