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진정한 행복 찾기
안녕하십니까? 대교반 보선입니다.
저의 법문 주제는 '내 꿈은 진정한 행복 찾기'입니다.
이 법문의 대상은 20~30대 취업에 대한 고민을 가진 청년들로 현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취업시장 속에서 살아가야 할 청년들이 가져야 하는 진정한 꿈의 의미를 전달해 주고자 합니다.
법문을 들으시는 동안 대중스님께서는 청년 꿈 콘서트에 참여하고 계신다 생각하시고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위해 꿈을 꾸고 어떠한 꿈을 꾸고 살아가시나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넌 꿈이 뭐니?",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항상 들어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렸을 적 꿈이 무엇이었나요?
저도 어렸을 적엔 프로 농구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비록 키가 작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즐겁게 농구 코트를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때는 일제강점기에 활약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어 삼일절 노래를 열심히 열창하고 피끓는 애국정신을 불태워 애국자가 되겠다고 다짐도 했었어요.
이렇게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실현하고 싶은 희망 등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엔 그림일기에 그려보기도 했고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적어내었던, 거창하기도 하고 사소하기도 했던 다양한 꿈들을 꾸며 살아왔었죠.
청년기의 저의 꿈은 팔도를 유랑하는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세계를 유랑하는 여행 작가가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사회적 위치, 경제적 여유, 안정적인 직장 등을 우선시해야만 하는 꿈을 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취업준비생들도 ‘꿈’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꿈을 일찍 정하게 하고 그 꿈이 경제적인 목적과 안정적인 직업 선택으로 이어지도록 하여 사회 낙오자가 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꿈을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어떤 것과 동일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1년 전 세계 17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조사를 했는데요. 그 결과에 따르면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제일 가치로 두었고 이어 건강, 가족, 일반적 만족감, 사회활동 및 자유 순으로 대답했다고 합니다.
또 2022년 매경이코노미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조사한 결과 돈, 가족, 우정, 사랑, 명예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물질의 풍요와 우리가 꿈꾸던 행복이 비례할까요?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22 세계 행복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한국 경제규모가 2021년에는 세계 10위에 올랐었고 1인당 국민소득이 구매력 기준으로 일본보다 높았음에도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이며, 자살자 수도 10만 명 중 28.4명으로 가장 높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 사회는 비교와 경쟁심으로 끊임없이 욕망에 집착하고 충족시켜 나아가야만 하는 세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는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이라는 앞선 세대에게 교육받고 적응된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아는 일차원적인 사람들이 남의 시선과 비교를 통해 만들어낸 공식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현실 앞에서 진정한 꿈의 의미는 퇴색되고 물질의 풍요와 행복의 척도가 비례한다는 착각을 하고 맙니다. 마치 속 빈 강정처럼 보여지는 삶에서만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의 아름다운 꿈이 장래희망이라는 허울로 포장되어 진정한 행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 풍요를 갈구하는 욕망 자체가 허상이고 불건전한 것임을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잠깐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우리의 삶을 묘사한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망망한 평야에 한 사람이 길을 가는데 뒤에서 무서운 코끼리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이를 피해 정신없이 달아나다 보니 우물 속에 등나무가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등나무를 잡고 우물속으로 몸을 피합니다. 안심하고 있는데 아래를 보니 우물 밑에는 독룡이 우글거리고 있었고 중간에는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붙잡고 있는 등나무 줄기를 흰쥐와 검은쥐가 나타나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때 등나무에 있던 벌집 속에서 꿀이 똑똑 떨어져 입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사람은 꿀물을 받아먹는 동안에 자기의 위태로운 처지도 모두 잊고 황홀경에 도취되어 버렸다고 합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음에도 당장 입에 떨어지는 달콤한 꿀 한 방울 때문에 모든 것을 잠시 잊고 살지는 않는지요? 이 꿀은 바로 우리가 갈구하는 지위, 명예, 부 욕망을 의미합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출가 전 저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여군장교라는 직업을 택했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2%라는 명예가 더 멋졌고 진급을 거듭할수록 남들의 시선에 부러움은 물론이거니와 어떤 자리에서도 당당하게 나를 내세울 수 있었던 그 삶은 나의 큰 행복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국가를 위한 희생정신이라는 초심보다는 남들의 시선에 맞춘 명예욕은 더 없이 커져만 갔고 적군보다는 주변 동료들과의 경쟁으로 얻은 결과와 그에 따른 노력은 저의 재산과 같았습니다. 제가 가진 지위나 명예 부 등이 가져다주는 달콤함에 매료되어 모든 것은 항상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경쟁에서 얻어낸 진급과 커리어 등은 채워도 채워도 부족하였고 헛헛한 마음은 더해만 갔습니다. 더욱이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진급에서 누락되었을 때는 공든 탑이 무너진 듯 행복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꿈을 꿨던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탐욕으로 세워진 탑은 무너지기 마련이란 것을 경험하고 나서 저는 더 이상 명예를 추구하기 위한 꿈을 꾸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렇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찰에 머무르며 스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출가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는 저는 아직도 가끔 속가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저를 어떻게 평가할지 신경이 쓰이기도 해요. 또 도반들과의 갈등과 때론 승가에서도 명예와 물질적 풍요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면 출가했다고 해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부귀영화를 다 버리시고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다 가신 부처님의 일생과 그 가르침을 접하게 되면서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견해가 뚜렷해졌습니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불교 경전 『금강경』에서는 유위법, 즉 인간이 행복을 위해 추구하는 욕망, 즉 물질적 가치는 꿈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실체가 없이 텅 빈 허망한 것이며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같고 번갯불과 같아서 금방 사라지고 변해버리는 것과 같은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 꿈 같고 환상과 같은 물질적 풍요를 쫓는 행복보다는 내면의 수행을 통해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탐욕으로부터 벗어난 진정한 행복을 좇는다면 누구나 부처님과 같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경기 침체기의 취업난을 몸으로 겪고 있는 MZ세대 즉 여러분들은 물질적 보상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워라밸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그런가요? 여러분들의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십시오. 소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자원 낭비나 생명을 희생하지 않음에 노력을 하는 착한 소비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물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두고 있지는 않나요?
시대적, 사회적 흐름에 따른 현실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은 높이 살 만합니다. 하지만 항상 때에 따라 변하고 달라지는 노력보다는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해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하는 근본적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내면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영원할 것이라 믿는 물질이 언젠가는 허망하게 사라질 것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나아가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탐욕이 자리잡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해야만 탐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 어디서든 나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미래의 걱정과 불안 속에서 나 자신에게 위로하며 끝까지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아함경』 「왕상응품」 사주경에서 부처님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까지 집착하는 중생의 모습을 보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이 묘한 보배 비처럼 내려 주었건만
욕심 많은 자는 만족함이 없구나. 욕심이란 괴로움만 있을 뿐, 즐거움은 없으니
지혜로운 사람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리.
물질이 득세하는 현상계의 삶을 사는 중생이 욕심과 집착을 완전히 여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처럼 채워지지 않는 욕심에 집착하지 않고 영원하지도 지속적이지도 않는 물질적 허상으로 얻은 쾌락을 행복이라 착각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아 꿈을 이룰 것입니다.
이 콘서트에 참여한 젊은이들에게 종교적이 아니어도 좋으니 부처님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시기를 권유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다한 일을 줄이고, 생활도 간소하게 하며, 모든 감각기관이 안정되고, 총명하여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것에 대해서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이 참다운 행복이라는 것을 발견해 낼 것입니다. 모두 진정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바르게 보고 실천하여 물질적 풍요를 행복이라 여기는 번뇌의 화살을 뽑아버릴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