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시간을 넘어서는 가치 있는 자료
불교학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관심
○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불영 자광 스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구축(ABC) 사업단에서는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책, 귀중 불서 영인본 2책, 도록 1책 등 총 14책을 간행했다. 역주편찬팀이 주도한 이번 성과는 출간된 서적의 분량 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정해진 연구진과 많지 않은 재원으로 난해한 역주서와 귀중한 불서를 한 학기에 14권이나 출간하는 기염을 토했다.
○ 10여 년 ABC 사업에서 쌓인 내공은 내용적으로도 한국불교학의 기반이 탄탄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시대별 고승들의 사상이 담긴 한글본 한국불교전서는 신라에서 조선 후기까지 천년을 훌쩍 넘는 시간을 아울렀고, 동시에 귀중한 불서의 영인본(원본을 촬영해 복제한 인쇄물)과 고문헌의 도록이 포함되었다.
○ 출간된 한글본 한국불교전서는 『해심밀경소 제5 무자성상품』, 『선문염송염송설회회본 1』, 『현정론⋅유석질의론』, 『월봉집』, 『정토감주』, 『다송문고』, 『소요당집⋅취미대사시집』, 『선원소류⋅선문재정록』, 『치문경훈주 상⋅중⋅하』로 11권이고, 영인본은 『법화현론 권3⋅4』, 『인명입정리론소초 권5⋅6』으로 2권, 도록은 『성철 스님의 책 :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으로 1권이다. 이들은 불교학계뿐 아니라 불교사상, 불교사, 불교문학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 다음은 한글본 한국불교전서 11책에 관한 내용이다.
○ 해심밀경소 제5 무자성상품은 신라의 고승 원측(圓測, 613-696)이 저술한 해심밀경소의 다섯 번째 품인 「무자성상품」을 역주한 책이다. 삼무자성(三無自性)의 개념뿐 아니라, 일승(一乘)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일체개성설(一切皆成說)과 오성각별설(五性各別說)에 대한 원측의 포괄적이고 유연한 관점을 파악할 수 있다.
○ 선문염송염송설회회본 1은 고려의 진각국사(眞覺國師) 혜심(慧諶, 1178-1234)의 선문염송과 그의 제자 각운(覺雲)의 염송설화를 합쳐 전체 1,463칙으로 회본한 내용 중 전반부의 56칙을 수록하고 있다. 고칙古則 공안 및 그에 대한 평설들을 선별한 혜심의 탁월한 안목과 더불어 그의 제자들이 보여준 화두 참구의 실제와 학문적 모색의 자취 역시 접할 수 있다.
○ 현정론⋅유석질의론 중 현정론은 조선 전기의 승려 득통기화(得通己和, 1376-1433)의 저술이고, 유석질의론은 기화의 저술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현정론은 한국불교 최초의 본격적인 불교변호론으로서의 의의가 있고, 유석질의론은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삼아 불교 탄압이 행해지던 시기에 불교 교리를 옹호하는 호불논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 월봉집은 조선 중기의 승려 월봉 책헌(月峰策憲, 1623-?)이 남긴 시문집이다. 선과 교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던 17세기 불교계의 사상적 경향과 더불어 삼문(三門: 경절문⋅원돈문⋅염불문)을 중심으로 수행체계가 형성되었던 당시 불교계의 흐름을 볼 수 있다.
○ 정토감주는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선사 허주 덕진(虛舟德眞, 1815-1888)이 정토와 관련된 내용을 일심一心, 이수二修 등의 법수法數의 체계로 정리한 문헌이다. ‘감주’는 지니고 있으면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는 구슬로, 정토에 관해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 다송문고는 조선 후기의 승려 금명 보정(錦溟寶鼎, 1861-1930)이 남긴 문집으로, 송광사를 중심으로 도림사와 태안사 등 주변 사찰들에 관한 풍부한 기록을 담고 있다. 학계와 문계 등 계보에 주안점을 두었고, 이 밖에 다양한 주제의 글이 있어 근대 불교사와 사상을 파악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 소요당집⋅취미대사시집 중 소요당집은 조선 중기 소요 태능(逍遙太能, 1562-1649)의 시문집으로 200여 수의 시詩와 한 편의 문文이 수록되어 있고, 취미대사시집은 취미 수초(翠微守初, 1590-1668)의 시문집으로 시가 대부분이고 문은 5편이 수록되어 있다. 두 책을 통해 두 승려의 고매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 선원소류⋅선문재정록 중 선원소류는 조선 후기의 설두 유형(雪竇有炯, 1824-1889)의 저술이고, 선문재정록은 진하 축원(震河竺源, 1861-1925)의 저술이다. 선원소류는 조선 후기 백파와 초의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선논쟁의 흐름에서 백파의 삼종선 논리가 타당함을 주장하는 내용임에 반해, 선문재정록은 초의의 견해를 지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 치문경훈주 상⋅중⋅하 3책은 조선 중기의 승려 백암 성총(栢庵性聰, 1631-1700)이 치문경훈에 상세한 주석을 달아 상⋅중⋅하 3권으로 간행한 책이다. 현재 유통되는 약본 치문경훈과 달리, 조선 시대에 전승되던 상세한 내용의 치문경훈과 그에 대한 주석이므로, 승가의 오랜 전통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수행자의 전범에 대해 상세히 접할 수 있다.
○ 중 불서 영인본 2책과 도록 1책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법화현론 권3⋅4는 중국 삼론종의 대성자인 길장(吉藏, 549-623)의 저술로, 고려의 대각국사 의천이 수집한 판본에 의거하여 조선의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중수한 목판본이다. 비록 권3⋅4만 현존하지만, 대정신수대장경에 수록된 법화현론의 제4권에 결락되어 있는 680여 자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 인명입정리론소초 권5⋅6는 중국 송대의 운엄(雲儼)의 저술이다. 이 역시 대각국사가 수집한 판본에 의거하여 조선의 간경도감에서 중수되었다. 중국 법상종의 규기가 쓴 인명입정리론소에 대한 주석서로서, 비록 권5⋅6만 현존하지만, 오직 우리나라에만 전해지는 판본이라는 점에서 극히 희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 성철 스님의 책 :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은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2017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해인사 백련암에 주석했던 고승 퇴옹 성철(退翁性徹, 1912-1993)이 소장하고 있던 고문헌을 조사한 성과를 소개한 도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