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원장 자광스님)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ABC) 사업단에서는 조선 후기 불서인 『대동영선大東詠選』(금명 보정錦溟寶鼎/ 이상하 옮김), 『청주집淸珠集』(환공 치조幻空治兆/ 성재헌 옮김), 『혼원집混元集⋅초엄유고草广遺稿』(혼원 세환混元世煥⋅초엄 복초草广復初/ 윤찬호 옮김)를 출간하며 지난 2020년의 대미를 장식했다.
○ 『대동영선』은 송광사에 주석하던 금명 보정(1861~1930)이 우리나라 역대의 뛰어난 시들을 선집選集한 책으로, 시대적으로는 신라 최치원으로부터 구한말 『조선불교통사』를 쓴 이능화(1869-1943)에 이른다. 이 책에는 중국의 시와 게송도 많이 수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작품 중에서 불교와 무관하거나 불교를 비판한 시도 포함된다. 『삼국유사』와 더불어 역대 고승의 문집에서 뽑은 승려들의 시가 가장 많으며 유학자의 시 역시 상당수 수록되어 있다. 대표적인 유학자로는 신라의 최치원崔致遠, 고려의 이규보李奎報⋅정지상鄭知常, 조선의 이황李滉⋅이이李珥를 들 수 있다. 중국 당송 시대 선승들의 시도 실려 있는데, 임종게臨終偈와 영찬影讚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 『청주집』은 환공 치조幻空治兆가 지자智者의 『정토십의론淨土十疑論』과 비석飛錫의 『염불삼매보왕론念佛三昧寶王論』 등 37종의 정토 관련 전적에서 염불수행인에게 도움이 될 중요한 구절 120칙則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치조는 고종7년(1870) 여산 혜원廬山慧遠의 백련사白蓮社를 모델로 정원사淨願社라는 만일염불회萬日念佛會를 결성한 후, 동참자를 확대하고 결사대중의 규약으로 삼고자 이 책을 편찬 간행했다. 치조가 제시한 120칙은 정토왕생의 요결이자 동시에 선종禪宗의 종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각 칙에는 설자와 출전을 밝히지 않고 앞의 칙과 뒤의 칙을 문맥이 통하도록 배치했는데, 구체적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으나 경책警策・계신啓信・수행修行・발원發願・칙종飭終・공덕功德・지계持戒・권효勸孝・정변正辨・인유引喩의 10문門으로 체계를 잡아 내용을 구성했다.
○ 『혼원집⋅초엄유고』는 그동안 한국불교사에서 존재가 희미했던 두 승려의 문집을 번역한 것이다. 『혼원집』은 조선 말기 승려 혼원 세환混元世煥(1853~1889)의 문집으로 1권에는 5편의 서문과 8편의 기문이 실려 있다. 2권은 『금강록金剛錄』 1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금강산 유람의 세부 일정과 그곳에서 받은 감흥을 산문과 시로 기록해 놓았다. 『초엄유고』는 초엄 복초草广復初(1828년경~1880년대)의 문집이다. 유불도를 두루 섭렵했으며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대자유를 누리고 살았던 초엄의 생애가 시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특히 ‘삼화전三花傳’은 자전적 우의소설로 독특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다.
○ 이번 번역집을 출간한 불교학술원 역주편찬팀(박인석 1팀장)은 “『대동영선』은 우리나라 역대 시 가운데 종교성과 문학성을 모두 지난 작품을 선별함으로써 수준 높은 종교시의 양상을 보여주었고, 『청주집』은 염불문을 최상승最上乘의 돈종敦宗이라고 칭하면서 치열한 형태로 전개된 당시 염불 수행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혼원집⋅초엄유고』의 저자 혼원은 불경은 물론 제자백가서에 통달했으며, 초엄은 『원각경』으로 깊은 진리를 깨닫고 박치복, 강위, 신헌 등 19세기 중엽의 학자나 명사들과 교류한 문장가였다”며 문학적 가치뿐 아니라 조선 후기 불교계의 동향과 인물 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문의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역주편찬팀 (02-6713-5131, 5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