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내와 같이 운문사를 찾았습니다.
제가 찾는 운문사는 언제나 밝고 여유로운 느낌이 있어서 참 좋은 곳입니다.
아내는 산문 밖 주차장에 차를 두고 솔바람길을 가며 '걷기명상'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평소에는 저도 솔바람 길을 산책하며 걷기명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날은 몸이 조금 피곤하여 절까지 차를 타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걸어가기로 하였습니다.
머리 속으로는 '발이 무거워서 운문사 절에 언제 도착하나?'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내 생각이 목적지에 가 있으니 나의 다리는 더 무겁고 길은 더 멀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그래, 내마음이 목적지인 미래에 가 있으니 지금 여기가 힘들 수 밖에 없다. 마음을 지금 여기로 데리고 오자.'
나는 운문사 절에 빨리 도착하는 것을 포기(?) 해버리고 그냥 걷는데만 열중하고 아내와 수다떠는데만 집중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언제 도착했는지 모르게 운문사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아, 스님들이 말씀하시는 '현재에 살아라'는 의미가 이런 것이구나!"
작은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런데, 올라오는 도중에...
솔바람길을 걷다가 보니 솔바람길 옆 차도로 어떤 차가 빨리 달리며 먼지를 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바쁜 일이 있겠지만,
절에 오시는 분이라면 차를 타고 가시더라도 시속20km 이하로 천천히 가면서 옆에 지나가는 풍경도 보시고, 맑은 공기도 마시며,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시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먼지도 날리지 않고....
세속에 살면서 늘 정신없이 달리고 살면서
'절에 오실 때까지도 그렇게 정신없이 빨리 달려야 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습관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달리겠지요?
운문사 주지스님께 부탁말씀을 드립니다.
솔바람길 옆 차가 다니는 도로에 [제한속도 20km/h, 운전명상] 이라는 표지판을 3개 정도만 중간 중간에 세워주시면,
①안전 ②운전명상, 그리고 ③타인에게 피해 안주기
세가지 이로운 점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에 운문사를 올 때, 언젠가는 솔바람길 옆도로를 차를 타고 천천히 가면서 운전명상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대한민국101년 6월 17일
의연 서인수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