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암에서 오후 늦게 출발해서 운문사를 들렀다 집에 왔습니다.
오후도 아니네요. 거의 저녁이었죠.
붐비는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고 한적했는데, 날씨 때문에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안개라고 하기엔 맑고 구름이라고 하기엔 신비로운 그 저녁 공기란!
게다가 고요함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체험케 해 준 운문사의 그 고요함은
소리의 영역을 벗어난 것만 같았습니다.
공기도 바람도 저녁노을과 마지막 햇살까지도 말이죠.
대웅전과 비로전 사이를 지나갈 때 조그만한 스님을 한 분 본 것 외에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었는데,
그 스님, 한참을 걷다가 "부처님!"하고 소리를 치더군요.
뭐,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주위가 하도 조용해서
저랑 제 친구도 얼른 그쪽을 쳐다 봤는데,
글쎄 바닥에 큼지막~한 두꺼비 한 마리가 있는 거예요.
우리같으면 "엄마야"하고 놀랄 것을 '부처님'을 부르는 스님의 습관이랄까요,
뭐 그런것에 감탄하며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할 때였습니다.
제 친구가 "엄마야!"하고 놀라더라구요.
뭔가 싶어 봤더니...
나뭇잎이었습니다.
영락없이 두꺼비만한 크기에 그런 색깔을 하고 있는 나뭇잎이
하필이면 가운데도 뿔룩하게 올라와선,
별생각 없이 보면 두꺼비라고 할 만한 나뭇잎이었어요.
둘이서 한참을 웃었어요.
"엄마야"와 "부처님!"의 차이...
생각은 그리하면서도 잘 안되는 것은 아직 중생의 업으로 살기 때문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