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운문사
겨울, 운문사에
구름의 문이 열리면
칼끝으로 스며드는 향기가 절정에 선다
막걸리 스무통 먹고
갈짓자로 뻗어
땅바닥을 기고 있는 반송은
부처 수염 잡아채고 싶어
뻘건 속살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회오리바람이
구름문을 닫아버리면
낡은 바랑에
숯검댕이 가슴을 쓸어 넣고
팔도 유람이나 해볼까
길가 고랑 해우소 만나
속엣것 남김없이 토해내고
머릿속에 든 지식 찌꺼기마저
둘둘 말아
불 지펴 태워버리면
저녁 범종 소리는 지상에 낮게 깔릴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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