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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운문사 명성스님 "복은 자신을 믿으며 스스로 짓는 것"

가람지기 | 2008.05.15 21:06 | 조회 5905

<인터뷰>운문사 명성스님 "복은 자신을 믿으며 스스로 짓는 것"

기사입력 2008-05-11 18:15

청도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 법계 명성스님

【청도=뉴시스】

5월12일은 사월초파일(4.8) 석가탄신일이다.

불교신자에겐 연중 가장 성대한 축제일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부처님오신날을 기리며 많은 문화.불교행사가 거행되고 있는 가운데 초파일을 즈음해 운문사 승가대학 학장 명성(明星) 스님을 운문사에서 만났다.

-부처님 오신날 사월초파일 의미는 무엇입니까.

"흔히 생각하듯 사월초파일 단 하루만이 '부처님오신날'인 게 아닙니다. '불심(佛心)'을 항상 품에 지니고 있으면 365일 모든 날이 부처님오신날입니다. 귀한 날을 맞아 드리고 싶은 얘기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서 엉뚱한 짓하면 안된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복'이란 것은 스스로 짓는 것이지 부처님 하나님 등 절대자만 믿고 엉뚱한 짓 하면 안된다는 거지요. 그리고 복이 될 만한 일을 찾아서 실천해야 합니다. 가만히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바래선 안된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철저히 자신을 믿고 항상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초발심(初發心.처음마음)을 지닌 채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원하면 이뤄지지 못할 일은 없다는 말은 진실입니다."

-일선 교육자로서 교육에 대해 한 말씀을 해 주십시오.

"<불치신경(佛治身經)>에 나오는 '욕교여(欲敎餘), 선자교(先自敎)' 가르침을 일러드리고 싶습니다. 즉 남을 가르치려면 먼저 자신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가르침의 참 뜻을 알고 있어야 남을 가르치기 쉽다는 말이겠지요. 그러므로 남을 가르치려면 먼저 자신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무작정 퍼줘 봤자 복을 받냐 하면 그게 아니라, 도리어 버릇이 나빠져 거지가 되듯 자력(自力)을 키울 수 있는 방편을 일러주는 게 이치에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공부는 스스로 짓는 복입니다. 억지로 다그친다고 될 일이 아니지요. 적절한 역할모델이 있다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식으로 표현하자면 멘토링 교육이겠지요. 즉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현을 닮아야 되겠다' 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게 이끌어 주는 역할이 중요하리라 봅니다."

(가장 훌륭한 스승은 행동으로 보여준다고 했던가. 스님의 올곧은 신심과 기도정진, 매사에 철저한 생활태도는 후학들의 귀감이 돼 운문사 학풍으로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주석하시는 운문사강원에선 스님들에게 영어와 컴퓨터 등 이른바 '신식학문'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기자님께 불교와 스님들이 너무 고리타분하게 보였나 봅니다(웃음). 부처님께서 2500여년 전에 나신 게 아니라 현대에 태어나셨다면 아마도 저희랑 똑같이 하셨을 것입니다. 예전에 빠른 것을 비유할때 말이나 새를 예로 들었지만 지금은 우주선과 비행기를 예로 들지 않습니까. 마찬가지 이유로 부처님께서 현 세상에 계셨더라면 방송을 통해 부드러운 원음(原音)을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시지 않았을까요. 요즘식으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인기 '짱'인 방송인이었을 겁니다."

-운문사강원 스님들은 군대 못지않은 일사분란함이 있다고 하더군요.

"백장스님의 '일과 공부는 둘이 아니다'는 말씀대로 '이사(理事)'는 절대로 둘이 아닙니다. 사찰 입구에 불이문(不二門)이 있는 이유도 같은 이유겠지요. 이런 이유로 수행자들은 항상 모든 일이 수행 그 자체임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규칙을 지키되 남이 시켜서 하는 일마냥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듯하면 안되고 솜방석에 앉아있듯 자연스레 기강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굳고 딱딱한 의자에 있는 것은 구속이지 계율이 아닙니다. 타율적인 기강보다 자율적인 기강을 지켜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나 진실된 행동을 하는 것이 참다운 지계(持戒. 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스님의 이런 원력으로 운문승가대학은 전인적 인격완성과 불법교화에 필요한 다양한 교과과정과 특별활동 등의 프로그램과 도서실, 시청강교육실, 컴퓨터실 등 최고의 교육환경을 갖춘 교육전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관세음보살과 같은 마음으로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마음, 즉 자비를 주고 고통은 줄여주는 그런 자비한 마음을 항상 가슴속에 품어야 합니다. 여성이야말로 세상의 꽃이며 만물의 어머니입니다. 불성은 만물에 넘쳐나지만 모성은 오직 여성에게만 부여된 특권입니다. 여성의 온화한 말과 행동이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이루는 밑거름이 됩니다."

-여성이 성불할 수 있습니까.

"물론 가능합니다. <열반경>에 '마음이 있는 자는 모두 성불한다'고 가르쳤습니다. 한국 근대 불교학의 초석을 다진 전 동국대 교수 뇌허 김동화 교수의 어록에도 있다시피 불성에는 남녀차별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탁월함으로 사성(四姓)계급을 타파해 여성과 만민의 자유평등을 미국 링컨대통령보다 우선해 주장하신 분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비구니스님들의 활동이 대단합니다.

"부처님의 양모이신 대애도비구니께서 최초의 비구니가 되신 이래 비구니교단은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일찍이 괴사돼 사라진 상태지만, 한국과 대만에서 굳게 그 명맥을 유지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는 불교의 전통적 수행체계를 갖추고 있는 비구니회 종주국이라 할만큼 비구니들의 수준이 높습니다.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높아 대학수준이상인 석.박사 과정이 많습니다. 전국의 비구니들이 모여 전국비구니회를 구성해 활동하며 비구니 위상이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등 사회적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교육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 특히 최근에는 환경 분야에서 많은 비구니 스님들과 여성 불자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사회활동의 범위를 넓혀서 더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또한 전 세계의 사캬디타(sakyadhita 석가의 딸들. 비구니)들이 한국을 배우러 오는 이른바 불교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 운문사는 율원을 개원해 강원.선원.율원을 모두 갖춰 대가람을 이룬 만큼 불교발전을 위해 운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명성스님은 2008년 UN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3월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여성 지위향상을 위한 협회가 수여하는 '탁월한 불교여성상'을 수상했다. 지난 3월6일 개막해 9일까지 진행된 이 행사에서 명성스님은 첫날 '비구니 승가 육성의 공덕'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비롯해 '비구니의 법적 위상정립의 필요성과 비구니 승가 육성법'과 '매치와 비구니가 공조하는 방법'에 대해 3일에 걸쳐 전 세계 여성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종교.문화.인종 등 모든 것을 아우르며 화합하는 게 바로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불교 영향력의 높고 낮음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우선 수행을 잘 해야 합니다. 몸과 입과 뜻을 의미하는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의 바른 행위가 있다면 거기에 발맞춰 사회 영향력이 저절로 증가합니다. 수행자들이 앞장서서 행동을 올바르게 하고 부처님 법도대로 살아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실천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말하는 것을 삼가고 독단적으로 행하지 않고 여러 전문가들의 뜻과 조언을 화합하며 하나씩 이뤄나가야 합니다."

-불교의 무소유 정신이 사라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호화판으로 사는 것은 불교가 아닙니다. 수행을 잘하고 숲속에서 사부대중이 다 같이 자급자족하며 사는 모습이 무소유의 참된 모습입니다. 단순 소박한 청정심이 필요합니다. 운문사 대중들 400여명은 집단 대중생활을 합니다. 특히 강원 2년차까지는 100여명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합니다. 성격이 두루뭉실해 지지 않을 수가 없지요. 사람이 사는 곳인 만큼 다툼도 일어나는데 다툼이 일어나면 일정기간 당사자들은 같은 소임(일)을 살아야 합니다. 죽을 맛이겠지요. 결국엔 서로 살려면 숙이고 양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민주화인 원융살림이지요."

(이 대목에서 스님은 '치기언과기행(恥其言過其行)'이라는 자신의 좌우명을 들려준다. 즉 자기가 한 행동을 실제보다 과장해 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한다는 뜻으로 실천의 의미를 중요시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르침 한 말씀해 주십시오.

"불교는 믿어서 되는 종교가 아니라 깨달는 뒤에 올바른 믿음을 가지라는 것을 강조하는 종교입니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을 믿는다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 마음이 곧 부처'라는 확고한 사상으로 자신을 우선 믿어야 합니다. 성실하게 자신의 가정과 직장 등에서 생활하면 출가생활하는 수행자들보다 못할 것이 없습니다. 자기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답게' 정신이 제대로 서야 사회도 밝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도 각자의 맡은 바 위치에서 성실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즉사이진(卽事而眞. 언제 어느 때나 진실하게 임함)'하면 만사형통입니다. '불교는 마음을 밝히는 종교'입니다. 마음을 잘 쓸 것을 매사에 진실히 다짐하며 살아야 합니다. 특히 사회지도자의 경우 자신을 항상 돌아보며 반야심(般若心.지혜)으로써 국가경영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지요."

(국가경제의 어려움과 정치 혼란이 가중되는 지금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도자들은 지혜로와야 하고 국민들은 진중하게 행동해야 하는 법'이라는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명성 스님은 1952년 해인사에서 선행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66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여러 차례 역임하고 현재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과 운문사회주, 운문사승가대학.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1970년 운문사 강주로 운문사에 첫발을 내디딘 스님은 1977년부터 운문사 주지소임을 겸임하면서 청도 운문사를 세계 최대 수준의 비구니 교육도량 대가람으로 일신시켰다. 전국 비구니회 회장을 맡으며 비구니회를 탄탄한 조직으로도 성장시켰다. 현존하는 선(禪)과 교(敎)를 겸비한 불교 비구니계의 최고 대강백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불교학논문집> <구사론대강> 등 다수의 논문과 번역서가 있다. 서예로 대한민국 국전에 입선할 만큼 붓글씨 솜씨도 빼어나다.

청도 운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의 말사로, 신라 진흥왕대인 557년 한 신승(神僧)이 3년간 수도끝에 큰 깨달음을 얻은 뒤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1955년 비구니 금광 스님이 초대주지로 부임한 뒤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현 회주 명성 스님이 주지로 취임하면서 도량의 면모를 크게 일신했다.

운문승가대학은 지금껏 2000여명의 비구니를 배출하고 현재도 300여명의 비구니스님들이 학업과 수행에 정진하는 국내 최대의 비구니 교육기관이자 수행도량이다.

<관련사진 있음>

김재욱기자 ju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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